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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불온도서가 아니었어도 이 책을 읽었을까? 물론 안읽었겠지. 인문학적 지식도 모자라는 내가 굳이 전공분야도 아닌 경제학서적을 읽을 이유가 없잖은가?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지 말라고 선정한 국방부가 오히려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접하게 도와준 꼴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근데,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사실 경제관련 서적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강대국들의 기득권이 어떻게 보호되고 있고 약소국을 어떻게 길들이고 있나를 보여주는, 오히려 세계를 바라보는 다른 눈을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정치/사회적 관점의 서적이라 생각된다. 물론 경제는 처음부터 정치와 뗄수없는 관계였겠지만..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흥미롭고 논리적이며,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하도록 만드는 매우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전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나라가 어느 입장인지 참으로 모호해진다.

 우리나라가 혹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속한 건 아닐까? 아니라도, 나쁜 사마리아인과 친한 친구는 아닐까?
 우리나라가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면 결국 우리나라도 사다리 걷아차기에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닐까?(이건 매우 현실적인 얘기다)

 물론, 필자의 주장처럼 개도국들을 발전시키면 세계의 시장이 더 커지고 모두가 더 잘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만 변해서는 세계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우리의 특허 기간을 짧게 하고 기술을 이전하고, 개도국의 자국산업 보호를 인정하고...결국..우리나라만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한 노력은 세계 선진국이라 불리는 모든 나라가 함께 해야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동시에 함께 할 수 있냐는 점이다. 현실의 공산주의가 성공하지 못한 건 모든 나라가 공산주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공산주의를 함께 했다면 지금보다 경제적인 발전은 더뎠어도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는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필자의 주장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과실은 따먹으면서 본인들의 경쟁력은 유지할 수 있다면..결국 누가 동참할까.

 중요한 건 절대적인 부가 아니라 상대적인 부다. 우리는 50년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옆집을 보고 결핍을 느낀다. 예전에는 아무도 핸드폰, 자동차가 없었지만 지금은 핸드폰, 자동차가 없으면 상대적 빈곤을 느낀다.

 물론, 모든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산업별로는 이 책이 개방에 대한 많은 판단의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기업 민영화 부분에 대한 필자의 의견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감한다.

 각론에 대하여는 동감하나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큰 방향에서는 동감하지 못한다. 물론 이책이 우리나라를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니 동감 못한다는 건 맞지 않는 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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