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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의 소설은 어렵다. "기실 '난해'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적 체계를 벗어나 있다는 이상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본인이 일부러 어렵게 써보자 작정했다는 말로 들린다.

이인성을 처음 접한건 한 10년도 훨씬 전쯤 "미치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처음엔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책이 있나 했고 절반쯤 읽은 후부턴 그의 파격적인 구성과 새로운 문체에 확 끌렸다. 정말 대단하군...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90년대말-세기말이라고 소설에 대한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을 때였다.

이문열(그를 싫어하지만 그의 글솜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이 지금 많은 새로운 시도가 있지만 전부 본인과 다르지 않은 글을 쓴다..본인과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은 '이인성'뿐이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역시 대단하군..

그 당시 그의 소설은 너무나 새로워서 꼭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리라 마음을 먹었었는데 이렇게 그의 소설을 다시 읽기까지는 1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려버렸다.

"한없이 낮은 숨결"은 80년대말에 나온 소설이니 벌써 20년이나 지난 꽤 올드한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오는 소설보다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너무나 파격적이고 그러한 파격과 새로움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한장한장 읽어내려가기가 매우 곤욕스러운 작업이었다.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아직도 이책을 읽고 있냐고 질문하는 책을 차마 놓을 수가 없었다. 책은 계속 독자와의 소통을 요구한다. 독자는 그의 책을 덮고 그의 소통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책을 읽는동안 소통해야하는 건 그가 아니라 독자이다. 어찌됐든, 이인성은 진짜로 이렇게 글을 써놓고는 독자가 다 읽기를 바란걸까?

이인성은 소설을 쓰기보다는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소설의 형식으로 풀으려한건 아닌지 싶다. 실제 작가, 독자가 인식하는 소설의 작가, 주인공, 소설 자체, 그 소설을 읽는 독자란 어떠한 관계인지 소설의 외피만 걸치고 계속 집요하게 상황을 만든다. 

소설 속의 "나"가 "나"일까 아닐까 라는 질문에 대해 이인성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당시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기 전이지만(일반인 사이에서는) 이인성은 당시 이미 포스트모더니즘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소설이 워낙 복잡해 줄거리를 정리할 수도 없고 주제를 말할수도 없으니..앞으로 내 지적수준이 올라간다면 다시한번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읽어볼 수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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