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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다. 600페이지의 얇지 않은 책인데도, 쉽게 읽힌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다룬 책이 대부분 그렇듯 지명이나 시대만 바뀌어 완전히 동일한 내용의 사례로 페이지만 먹는 일도 거의 없다. 이 책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다.
사피엔스는 유인원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발전(또는 큰 변화)의 모멘텀 중심으로 설명한다.
인류는 250만년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부터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에렉투스, 호모솔로엔시스, 프로레스인, 데니소바인, 루돌펜시스 등 아주 다양한 종으로 분화되었다. 물론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고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
그런 상황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을 멸종시키고 세상을 정복(?)한 것은 인지혁명 덕분이다.
인지혁명이란 7만년 전부터 3만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간단하게 이해하자면 고유한 언어가 생긴 것이다.
이후의 커다란 인류사적 변화는 농업혁명이다. 농업은 사람들을 정주할 수 있게 했으며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초래했다.
잉여생산물은 권력층을 만들었으며, 많은 사회제도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단언한다. 농업의 발달에 따라 인류는 황금기를 맞았을진 모르지만 개별 개체인 인간은 하나도 좋아진게 없고 오히려 수렵채집 시대보다 더 나쁜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은 더 많이 하면서 영양섭취는 더 적고, 전염병과 흉년 등 기후변화에 의한 사망률은 더 높아져 평균 수명은 더 줄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나도 매우 동감하는 바다.
이 책은 종교의 탄생, 화폐제도의 등장 및 이에 따른 사회의 영향 등 인류의 발전과정을 아주 큰 담론 수준에서 다룬다.
단, 제국의 등장과 이에 대한 평가를 다루는 곳에서는 매우 이상한 입장을 보인다.
저자의 생각에 인류의 역사에 선, 악은 없다. 선, 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사상일 뿐이다.
이런 입장에서 제국을 옹호한다.
"식민정부는 수억 명 이상의 인도인을 지속적으로 모욕하고 착취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많은 인도인은 개종의 기쁨을 누리면서, 민족자결이나 인권 같은 서구의 개념을 받아 들였다. (중략) 영국인들은 인도 사법제도의 초석을 놓았으며, 행정부 구조를 창건했고, 경제적 통합에 극히 중요한 철도망을 건설했다. (중략) 인도인들은 크리켓 경기를 좋아하고 차를 열심히 마시는데, 둘 다 모두 영국의 유산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선,악이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도인의 개종은 기쁨이며, 크리켓 경기를 좋아하고 차를 마시는 영국의 유산은 자랑스러운가? 그들은 크리켓이 없었으면 다른 즐길거리를 찾았을 것이다. 크리켓이 뛰어나기 때문에 크리켓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은 정말 제국주의자의 방어논리로도 한없이 부족하다.
이 책은 지난 500간의 과학혁명의 시대에 일어난 인류문화의 진보를 설명한다. 또한 과학이 정부와 자본에 의해 어떻게 움직이고 다시 정부와 자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다룬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우리를 정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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