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빅토르 위고의 문장력에 계속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소한 감정의 표현으로도 서너장을 훌쩍 넘겨버린다. 우리는 충분히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줄거리와는 조금은 무관한 내용에서 너무나 상세한 묘사와 설명은 책을 읽기 힘들게 한다.
워털루 전쟁 상황 묘사는 정말 최악이다. 외울수도 없이 나오는 수 많은 사람의 이름과 아무리 정교하게 묘사한들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복잡한 전투상황 묘사가 정말 필요했을까. 성당의 역사와 풍습, 파리의 하수도, 은어(비속어)에 대한 그 방대한 설명이 정말 필요했을까?
스토리를 재미있게 읽어가다가도 문득문득 마주치는 장황설에서는 조금의 짜증이 돋기도 한다.
하여튼, 나의 짜증과는 상관없이, 책의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인물 구성과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인권이라는 따뜻함이 레미제라블이 고전으로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1년에 걸쳐 읽은 탓에 세세한 등장인물이나 스토리는 벌써 기억에서 희미해져간다.
이책의 주제는 여러 사람의 생각과 대화를 통해 책 앞부분부터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라엘주교 "여자와 어린이, 하인과 약자, 가난하고 무지한 이의 잘못은 모두 남편과 부모, 주인과 강자, 부자와 학자의 잘못이다.", "...죄인은 죄를 지은 자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영혼속에 그늘을 선사받은 이들이다."
"살인자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아주 작은 위험일 뿐이야. 두려운 것은 우리 자신이다. 온갖 편견, 이것이야말로 도둑이며 살인자야. 큰 위험은 우리 안에 있어. 우리의 몸이나 돈을 노리는 것들은 두려운게 아니다. 우리의 영혼을 노리는 것들을 경계해야 해."
전 국민의회 의원 "주교님, 모든 정의에에는 분노감이 있는 것이오. 그리고 타당한 분노는 진보를 낳는 것이오....", "정당한 분노는 먼 훗날 용서를 받게 될 것이오. 그리고 그 결과 더 나은 세계가 펼쳐질 것이오. 거기에서 인류애가 생겨나는 것이오...", "포악한 진보를 혁명이라 부르지요. 그것이 모두 지나가면 사람들은 이것을 깨닫습니다. 인류는 고통을 지나왔다. 그리고 진보했다."
장발장의 생각
'우리는 어두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성공이란 부패의 골짜기에서 한 방울 한방울 떨어져 내릴 뿐이다.',
'강자 앞에서 약자는 얼마나 무력했는가? 사회는 개인에 대해 무죄였는가?'
'사회는 그 안의 부조리와 무자비함을 구성원에게 떠넘길 권릭 있는가? 한낱 불쌍한 영혼을 고통과 결핍 속에 몰아넣을 권리가 있는가? 우연히 이루어진 재산 분배에서 탈락한 불쌍한 사람들, 가장 동정받아 마땅한 그들을 사회가 매몰차게 대한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가?'
바리케이트에서의 앙졸라 연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주권을 '자유'라고 말하오....사적인 주권은 공동의 권리를 위해서 다소 자기를 희생해야 하오. 그정도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오. 각자가 만인에게 행하는 그 공평한 희생을 '평등'이라고 말하오...자유를 꼭대리라고 한다면 평등은 그 밑바탕이기 때문이오..."
간단하게 정리하면, 결국 정의는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며, 이러한 행동은 평등 추구하는 것이다. 평등하지 않은 세상 정당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 이러한 분노가 포악한 혁명을 낳을지라도 이를 통해 세상은 진보해 나가는 것이다.
이 책은 진보로 나아가는 길은 혁명이라 얘기하지만, 알졸라의 6월 혁명은 실패한다.
마리우스를 구원한 건 혁명이 아니라, 장발장의 헌신이었다. 내 나름의 해석으로 그렇다고 혁명이 무의미한 건 아닐께다. 장발장은 혁명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보여주거나, 혁명이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건 아닐지...이렇게 말하고 나니 너무나 계몽적인 소설처럼 해석한 느낌이다.
이 책인 그냥 재미있는 스토리의 소설이다. 주제와 무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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