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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고난 첫 느낌은 '이 책은 5년간의 노무현 정권에 몸담은 유시민의 마스터베이션'이구나 였다.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변명-결코 지금의 이명박 정권이 창출되고 반민주세력이 득세하는 상황이 지난 10년의 잘못된 정책 수행에 따른 역풍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그러할 수밖에 없다 라는-그리고 우리가 지금 지불하고 있는 반민주주의적 상황에 대한 댓가가 언제가는 민주적 사회의 양분이 될 것이라는 자기 위안이 아닐까.
유시민, 실질적으로는 노무현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나로서도 무언가 현 상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막연한 현 상황의 저주만으로는 앞날이 더욱 막막할 뿐이다. 그런면에서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나의 막연한 상황 인식을 구체화 시켜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도데체 민주주의를 위해 지금껏 지불해왔던 투쟁과 희생은 어느 정도 민주주의에 기여해왔으며 어느 정도 모자라서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이 일어난 것인지, 현재의 역주행 상황을 국민들이 어디까지 참고 용인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가 현재 추가로 지불하고 있고 지불해야하는 것이 그럼 정말 필요한 것인지, 정녕 더 이상 지불하지 않고 좀더 혁명적인 방법으로 일거에 획득할 수는 없는 것인지..
그냥 운명론적으로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는 무언가 많이 아쉽다. 게다가 유시민은 진보적 세력의 분열을 이유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되어야만 진보세력이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 진단하였는데, 그 상당히 오랜기간을 그냥 기다리고, 집권세력이 시혜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물론 유시민이 책에서 혁명을 주동할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 책속의 모든 내용이 유시민의 진심일까 궁금하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실책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와 동력과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본인의 이상을 국민들에게 주입시킨 것이며, 그러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유시민도 본인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좀더 넓은 대중과 호홉하는데 무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터이다.
어쨌든, 그의 글에서 현실에 대한 위안은 얻을 수 있으나, 희망을 얻을 수 없다는게, 그게 지금의 현실이라는게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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