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해한게 정말 내 잘못일까? 난 이 책이 조금은 빨간색 책인줄 알았다. 자본주의가 윤리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 비판하고, 그 대안을 찾는..
실제 이책의 제목은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 앞에 조그만하게 쓰여 있는 "우리 시대의 몇 가지 우스꽝스러움과 독재에 대한 고찰"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문제가 남는다. 작가는 "우스꽝스러움"과 "독재"를 일반적인 용의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그는 책 중간쯤에 이르러 이 "우스꽝스러움"과 "독재"를 새로운 의미로 제시한다.
'파스칼은 사람들이 차원을 혼동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우스꽝스러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라며 우스꽝스럼움을 우리가 아는 의미의 아주 특수한 경우로 한정해 버리고, '권력의 영역에서는, 이 우스꽝스러움과 독재의 개념이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다며 독재의 경우 우리가 생각해보지도 못한 의미로 전환해 버렸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거의 중간 이상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이 어떤 걸 주장하려 하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야 머리를 치며, 아...이 책은 자본주의나 윤리를 논하는 책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와 윤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그건 소재일 따름이다.
이 책은 사고의 영역을 4가지 차원으로 나눈다.
차원1 : 기술-과학적차원
차원2 : 법-정치적차원
차원3 : 윤리의차원
차원4 : 가치의 차원
저자가 차원을 이렇게 나누는건 차원을 혼동하는 우스꽝스러움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과학적 차원을 법-정치적 관점으로 평가할수 없으며, 윤지의 차원으로 평가하는 것도 적당하지 않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여기서 경제는 차원1(기술-과학적차원)에 해당한다.
저자의 핵심주장은 "자본주의는...윤리와 관련성이 없다"이다. 물론 윤리적이면 좋겠지만, 그건 경제체제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경제와 윤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경제체제는 이윤을 많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며, 윤리가 필요하다면 그건 정치나 사회 개개인의 다른 욕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가 없다. 또한 저자의 의도가 조금은 나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의 뒤에 몇몇 반론에 대한 답변을 한다.
마르셀콩슈는 "자본주의는...'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제도'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니까 생산과 교환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이 노동력밖에 소유하고 있지 못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체제는 정의롭지 않다. 어떻게 정의롭지 않은 것이 비윤리적이지 아닐 수 있을까?...자본주의는 기형적 경제체제다"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연, 역사, 경제는 정의롭지 않고, 윤리와 관련성이 없다.... 우리가 시스템을 바꿀 수 없는 건 아니다. 더 나은 시스템을 안다면 그렇게 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는 더 나은 시스템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경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서 이뤄지고, 내가 핵심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 사실이었다" 라고 얘기한다.
이건 말장난일뿐이다. 경제를 1차원으로 넣은 것 자체가 오류라 생각한다. 경제는 자연이나 과학일 수 없다. 그렇게 보여질 수 있지만 인간이 만든 체계이고 그렇다면 분명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그 방향은 윤리로 판단되어져야 할 것이며 윤리와 관련이 없다는 말은 비윤리적인 걸 애써 외면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결국 정치를 통해 바꿔야 한다면 그걸 경제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로 봐야한단 말인가? 그건 경제체제 자체에 내재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
저자는 "경제의 의해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를 본 적 있는가? 진실은 다음과 같다. 그 노동자는 어떠어떠한 고용주에 의해, 어떠어떠한 자본가에 의해, 요컨데 한명이나 몇몇의 개인들에 의해 착취를 당하는 것이다....자본주의 같은 비인칭적 시스템에 대해서는 윤리적 판단을 전혀 적용할 수 없다." 라고 얘기한다.
이또한 얼마나 웃기는 얘기인가? 착취를 하는 개인은 선천적으로 악인인가? 그냥 개인 일탈 정도의 문제로 덮자는 것인가? 착취할 수 있는 제도, 시스템은 비인격체이기 때문에 윤리와 관련없다니?? 우리는 시스템을 윤리적 잣대로 욕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관통하는 의도는 사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차원을 나눠서 핵심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은 신선하긴 하다.
사실 저자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경제는 윤리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정치가 더 많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단편적으로는 자본주의체제에 면죄부를 주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건지도 모르겠다.